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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일가(人日歌) 이상계(止止齋 李商啓1758~1822)

우리 모여 놀세
사람 날에 모여 놀세
명절 제사 각종 절기
그 날마다 좋거니와
사람 날도 좋을시고
사람 인(人) 자 더욱 좋다
사람 날 서로 모여
사람 될 일 의논하세

(중략)

어진 일은 서로 하고
그른 일은 같이 말세
만물 중에 귀한 사람
금수와 다른 것이
얼굴로 나눌 것인가
쓰임으로 이름이라
사람이 사람 되면
천지와 짝 하리라

초당곡(草堂曲) 이상계(止止齋 李商啓1758~1822)

초당 늦은 날에 깊이 든 잠 놀라 깨어
문 앞 버들 위에 새소리 봄이로다
백화주 두세 잔에 취한 김에 말하리라
하늘이 사람낼 제 직업이 다 있으되,
미련한 이 인생은 타고난 바 제 몰라서
허황된 어리석음 부귀를 구하려고
가난한 집 쑥대풀 우거질수록 큰 맘 먹고
달빛에 글을 읽고 비 온 뒤에 밭을 가니
공자왈 맹자왈에 세월이 절로 가고
윗밭 아랫밭에 인력 허비뿐이로다
어와 허사로다 꾸린 일마다 허사로다
부귀는 아니 오고 젊음만 간단 말인가
탐하다가 얻은 것은 흰머리뿐.
50이 넘어서야 타고난 바 알겠구나
복숭아꽃 살구꽃 만발한 곳에 풍정이 절로 없고
푸른 물 산 깊은 곳 옛날 꿈에 정 많으니
부귀 주인 누구인고 산 계곡만 내 차지라
산봉우리 파도 위에 옛 재실을 아래 두고
흰구름 높이 쓸어 초당 몇 칸 지어내니
가래나무 아래 선영이요 세속 밖의 새 터로다
사방 두른 푸른 산 속 하늘이 연 돌문 하나
두 줄기 두른 물은 사람이 지었겠나
띠풀 덮은 짧은 처마 등넝쿨로 얽어매고
순박한 것 옛 제도라 서툰 것이 더욱 좋다

경독가(耕讀歌) 이상계(止止齋 李商啓1758~1822)

어와 소년들아
이 노래를 들어 보소
하늘이 주신 모두의 직업
사농공상 아닐 것인가
천하대본 농업이요
인간 보배 글이로다
만 팔천 년 전 개벽 후에
성인 나와 근본 세워
곤륜산 큰 간지가
동쪽 기운 끌어와서
백두산이 조종이요
두만 압록 한계로다
인간 보배 글을 품고
천하대본 힘써하세

독락가(獨樂歌) 이상계(止止齋 李商啓1758~1822)

효도 공손 다한 후에
글 읽기를 힘써 하세
수신제가 하는 일이
바른 마음 바른 사람
산과 물 어울린 땅
계곡 사이 지은 정자
본디 성품 울타리요
타고난 바 화초로다
욕심 앞서 막혔던 길
겨우 길을 열었도다
책을 지고 오는 아이
관선재(觀善齋) 들어오니
앞개울 꽃 버들에
새소리 봄이로다

담락가(湛樂歌) 이상계(止止齋 李商啓1758~1822)

즐겁도다 즐겁도다
형제 심락 즐겁도다
도원에 맺은 의는
소열황제 담락이요
화악루에 긴 베개는
당명황제 담락이요
인막늑간 하는 일은
민자건의 담락이요
난형난제 하는 일은
원계방의 담락이요
우적쟁사 하는 일은
조효례의 담락이요
작애분통 하는 일은
송 태조의 담락이요

● 각 문장의 사자성어는 형제간의 깊은 우애를 표현하는 고사들이다.

권학가(勸學歌) 위백규(存在 魏伯珪 1727~1798)

무슨 일로 너희들은
노느라 허송세월
아무런 생각 없이
본래 심성 잃고서는
자포자기 즐기는가
잡기 음주 좋아하고
호쾌히 술 좋아하고
옷 음식을 가려대고
돈 밝히고 색탐하면
금수 되기 멀지 않고
사람 되기 어려우니

합강정 선유가(合江亭仙遊歌) 위백규(存在 魏伯珪 1727~1798)

구경 가자 구경 가자
합강정 구경 가자
구월 이십이일은 길일인가
아름다운 때인가
우리 순찰사 오늘 뱃놀이 하니
가을 풍성 즐거우나
저녁구름 비감하다
경복궁은 꿈밖의 일
먼 남쪽은 내 알 바인가
호랑방탕 좋을시고
가을걷이 신경 쓰랴
강물 막아 길을 낼 때
한 달 노역 되겠는가
산을 뚫어 길 만들 때
농사일은 어쩔 것인가
아우성치는 백성들아
풍경의 탓이로다
범 같은 우리 순찰사
행여나 원망할까
민중 고통 이러한데
공물은 또 어찌하리
밤낮으로 준비하여
강으로 내려갈 때
소럼의 배를 타니
물 위는 절경이요
살진 고기 주어 낚아
배 위에서 잡수시니
인간의 남은 액운
물속까지 미치는구나
오리 밖 주막의
낭자한 술과 고기
여러 마을 관리들 것
백성 피 땀 아니겠나
다과상의 종이연꽃
시골 촌놈 처음 본 것
기이하고 찬란하니
백금만큼 싸다 할까.

덕천심원가(德泉深源歌) 문계태(文桂泰. 1875~1955)

어화 벗님네야 이 내 말씀 들어보소
무릇 도란 것은 천지간의 원기로서
사람이면 마땅히 닦아야 하건마는
물줄기의 심원처럼 근원이 다 다르니
배우는 이가 그 맥을 찾아
근원 찾기 어려울 것이라.
오늘 지금 세운 뜻이
풍파 속의 나뭇잎 같아
국통과 도맥을 뿌리 깊게 심고자
감히 운곡단향의 고사를 본받아
회덕묘와 산앙사를 우러러 세워
선왕 선사께 제 지내고 아름다움을 본받고자
화서의 슬픔을 조금이나 위로하는데
관우 장군 옷 입은 자 바다처럼 덮쳐오나
백 개의 물줄기 근본을 잃지 않아
천만 다행 우임금의 도수법으로
석천 한 줄기를 인도하여
이름하여 덕천이라 하고
가히 갓끈 씻고 귀 씻을 만하더니,
어떠한 가난한 물 도둑 물이
거칠고 어지럽게 물결 일으켜
우리 사당 침범하고 우리 덕천을 흐렸으니
십 년 공부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었구나.
이 어찌 조물주의 시기이리오.
세상 천하에 형용하기 어려운 것 지천이라.
누구에게 말하며 어리석음을 울어볼까.
아아 애통하다.

최종업데이트
2019.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