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지상낙원 장흥
홍OO(부산면)
장흥에 온 날 : 2017. 12. 26.
암을 치유하며 살기로 결심한 귀촌 이야기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생존경쟁의 일선에서 비껴나 의무와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워짐으로써 퇴폐적이고 삭막한 도시생활에 환멸을 느끼게 되면서부터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깊은 산골에 들어가 자연인으로 살면서 내 노년의 인생을 정리해 보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이곳에 오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7년 전 어느 날 가벼운 마음으로 건강검진을 받으러 구청에서 지정해준 병원에 갔을 때 편도와 갑상선에서 악성종양이 발견되어 삼성병원 암센터에서 항암주사와 방사선 치료를 받으며 투병생활을 하게 되었다. 6개월 후 다시 재발하여 5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고 치료가 끝나 퇴원하던 마지막 날 담당의사 선생님의 앞으로의 삶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공기 좋은 곳을 찾아가서 스트레스 받지 않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권유를 받고, 2년여 동안 전국을 누비며 어렵게찾아낸 땅이 이곳 장흥 땅이다.
사실, 내가 이곳에 와보기 전까지는 장흥이 어느 도에 있는지 조차 몰랐던 생소한 고장이다. 어느 날 밤 우연히 돌린 TV화면에 “장성”우드랜드 편백나무 숲이 다큐멘터리로 방영되고 있었다.
편백나무는 소나무보다 10배나 더 많은 피톤치드를 생산해 내며 피톤치드는 호흡기 질환자와 아토피, 천식 환자에게 특별히 좋다는 뉴스를 듣는 순간, 내가 여름 휴가철이면 즐겨 찾았던 두타산 삼화시가 있는 강원도 동해시 무능계곡의 추억이 떠올랐다.
무능계곡 입구엔 두 채의 작은 모텔이 있는데 앞마당에 백년 이상 된 아름드리 소나무 백여 그루가 빽빽이 들어서 있다.
이 모텔에서 창문을 열어놓고 잠을 자고 나면 ,아니 노송 및 평상에서 바둑을 두거나 낮잠만 자고나도 몸이 날아갈 듯 거뜬해지고 기분이 상쾌해져서 한번 가면 10여일씩 묵었던 기억이 되살아나 단숨에 편백숲을 찾아 장성 우드랜드로 달려갔던 것이다.
무능계곡은 겨울이 너무 춥고 삭막해서 일찍 포기했다. 장성 우드랜드 숲은 태고의 숲의 전경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었으며 상큼하고 신선한 공기가 나를 완전히 매혹시켰다.
일박하면서 장흥엔 더 많은 편백나무 숲이 널리 퍼져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왕이면 장흥까지 보고난 후 결정해도 늦지 않을것 같아, 장흥에 와서 우드랜드를 둘러보곤 너무 실망이 컸었다.
장흥 우드랜드에선 장성 우드랜드의 운치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상업성에만 치중하여 펜션만 들어 차 있었다. 장성의 우드랜드 안엔 한 채의 펜션도 없는 것이 대조적이었다. 택시 기사에게 편백나무 숲을 찾아왔다 실망하고 돌아간다는 푸념을 늘어놓았더니 시내버스를 타고 장흥댐을 돌아오는 편백나무와 소나무 숲으로 뒤덮인 유치 한대리 휴양림을 보시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것이라고 하며 요금은 1,300원이라고 상세히 알려주었다. 빨강색과 백색의 몸체에 노란색과 파란색 띠를 두른 새로 제작된 25인승 셔틀버스를 타고 보니 승객은 나 외에 단 두 사람 뿐이었다.
장흥 시내버스는 양 옆면 전체가 밝은 무색의 유리창으로 제작되어 있고 승객의 눈높이 위에 50Cm의 유리창이 하나 더 덧붙어 있어서 중간쯤에 앉아 있는데도 양면과 전면 삼면의 경관이 한눈에 확 들어오게 특수제작 되어 있었다.
한시간 반동안 200여리가 넘는 장흥댐의 유치와 한대리 자연휴양림을 시내버스로 한 바퀴 돌아보고 이곳이 그동안 내가 찾아 헤매던 이상향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출발한지 2, 3분 만에 시내를 벗어난 첫인상은 시원하게 확 트인 넓은 들이, 막혔던 일상에서 벗어난 느낌을 주었고 구름과 하늘, 능선이 맞닿은 곳에서 나의 영혼은 무한한 미지의 세계로 황금 날개를 펴고 여행을 떠났었다.
2017년 7월 19일 30여년간 부모님을 모시고 자식들과 함께 살던 강남구 논현동을 떠나 아는 사람이라곤 한 사람도 없는 전남 장흥군 부산면 섭곡 마을에서 한참 떨어진 외딴 산골에 100평의 대지를 850만 원에 구입하여 7,500만원의 공사비를 들여 장밋빛 새빨간 지붕에, 벽체는 흰색 벽돌과 자주색 벽돌을 섞어 쌓아 전면에 파란 플라스틱 유리채양을, 단 30평 남짓한 간결하고 소박한 새집을 짓고 보니 수천 평이 넘는 정원과 500여 평의 묵전이 집 앞에 덤으로 생겨 본의 아니게 농사를 짓고 살고 있다.
이 묵전을 개간하여 3년째 살아본 소감은 한마디로 “지상낙원”이다. 80여 성상을 세계를 떠돌아다니며 살면서 별난 우여곡절을 다 겪어 가며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온 한 늙은이가 주관적, 객관적으로 내리는 결론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름들에게 첫마디가 젊어졌다는 인사를 받는다. 사실, 나의 흰머리는 검어졌고 하이에나 같이 듬성듬성 났던 머리카락이 보기 싫지 않을 만큼 새로 돋아나 있다.
겨울이면 단골손님처럼 찾아오던 감기도 3년 동안 한 번도 안걸렸다. 지병인 화병, 암, 천식, 아토피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나았다. 여기에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그래서 “지상낙원”이라고 썼다.
Ⅰ. 장흥군이 가진 매력
1. 공기가 청정하고 신선하다.
장흥의 공기 질은 타 지역의 공기와는 완연히 다르다.
검은 매연을 내뿜는 높은 굴뚝은 어느 한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인구 밀도가 낮고 교통량이 적어 차량 매연도 아주 적다. 편백나무, 소나무, 기타 나무들이 들어찬 밀림 속에서 내뿜는 신선한공기를 마시고 살다 서울에 가면 차량 매연과 미세먼지 때문에 공기가 너무 탁해서 숨이 막힐 지경이라 바로 돌아오게 된다.
2. 맑은 물의 고장이다.
장흥댐은 장흥평야와 시내를 관통하는 탐진강의 발원지로 넓이는 193㎢이고, 저수용량(80% 이상 찼을 시 기준)은 약 200억톤이며 하루 평균 시설용량 20만톤을 생산하여 목포시를 포함해서 10개 시군에 상수도물과 농업용수를 공급하며 홍수조절 역할도한다.
댐으로 유입되는 상수원 보호구역에선 소, 돼지, 닭, 오리 등 대량 가축사육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낚시나 수영은 물론 손, 발도 씻을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푯말이 곳곳에 세워져 있고, CCTV가 24시간 작동하고 있다는 경고문까지 게시되어 있다.
이런 연유로 공장 폐수 및 오폐수, 축산 폐수가 유입되지 않아 적조, 녹조현상이 전혀 생기지 않고 태풍이 몰아치고 큰 장마가 져도 쓰레기나 부유물이 한 점도 떠다니지 않는 원수 자체가 1급수인 청정한 댐이다. 너무 신기해서 장흥 수자원 공사에 전화로 문의하였더니 여직원에게서 장흥군민의 의식수준이 높기 때문이란 답을 들었다. 오래전 부산에서 페리호를 타고 대마도 여행
을 갔을 때 부산 부두엔 신문지 조각이며 빈 소주병, 빈 깡통, 담배꽁초 등 부유물로 꽉 차있었는데 대마도 부두에선 한 점의 오물도 떠있지 않은 것을 보고 얼굴이 붉어졌었다. 어느새 우리나라의 정신문화가 예까지 왔는지 생각하니 감개가 무량하다.
3. 내가 처음 왔을 땐 “어머님 품같은 장흥”이 장흥군의 외침 이었는데 지금은 “맑은 물 푸른숲 정남진 장흥”이 장흥군 표어이다. 이 두 슬로건 안에 장흥군이 지향하는 장흥군민의 성품과 인간미가 서려 있다. 어느 음식점이나 이발관, 사진관에 가 봐도 고사성어나 산수화 한 두 점 안 붙여 놓고 영업하는 곳이 거의 없다. 효, 경로사상, 선후배에 대한 예절을 중요시 하는 사회라서인지 텃세라는 게 전혀 없고 친절하고 성품이 유하여 인정미가 넘치는 살기 좋은 고장이다.
4. 먹거리가 풍부하다.
토양이 좋아서 그런지 집 앞에만 나가도 계절에 따라 제철 약초와 산나물이 지천이다. 우리 집 근처엔 묵전(원래는 밭이었는데, 지금은 잡초만 무성한 땅)이 많다. 묵전에서 돌미나리나 쑥 같은 것은 낫으로 베어와 집에서 다듬는다. 고사리, 취나물, 돈나물, 머구, 두릅, 도라지, 더덕, 죽순을 서울로 보내서 용돈을 벌어 쓰고있다. 고추, 상추, 부추, 열무, 수박, 참외, 오이, 토마토, 50평만 심어놔도 매일 따먹고도 남는다.
바다를 끼고 있어 낙지, 해삼 등 해산물도 장에 가면 싸고 풍부하다.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의식주는 걱정 없는 곳이다.
코로나도 장흥군에는 한명도 걸리지 않은 청정한 지역이다.
5. 이주 비용이 적게 든다.(땅값이 싸서)
논, 밭은 평당 5-8만원대이고, 산은 평당 1,000원부터 시작한다.
건축 면적은 땅면적의 20%이지만 외벽을 쌓고 건축허가를 받고 난 후엔 10여평 정도의 건물을 이어서 지어도 무난하다. 형질 변경은 신고제로 되어있어 논, 밭이나 대지는 거의 같은 값이다. 건축비는 평당 300만원 정도면 충분하다.
요즘은 건축자재가 개발되어 3, 4개월이면 완성된다. 150㎜ 두께의 스티로폼을 넣은 판넬로 벽체를 싸혹 벽돌로 외벽을 쌓은 다음 쇠를 만든 판넬기와로 지붕을 얹고 단열재로 지붕 밑을 잘 처리하면 보온과 냉방이 잘되어 연료비가 APT에 1/2 정도 밖에안든다.
6.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고장이다.
부자 동네에 가서 살면 자신의 처지에 실망해서 자신을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반면 TV에서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를 보고 있으면 자신은 행복한 사람으로 느껴진다.
깊은 산속에서 수십년간 홀로 사는 자연인들은 한결같이 행복하다고 한다. 처음엔 도저히 믿겨지지 않았다.
포춘지가 선정한 미국의 500대 기업의 CEO나 아프리카 마사이족의 행복지수는 똑같다는 하바드 대학원생들의 연구 논문을 보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자연 속에 살아보니 자연은 누구에게도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남을 의식할 필요도, 비교할 필요도 없다. 직접 보지 않으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그 이상 아무것도 더 원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7. 기후가 좋아 장수하는 노인이 많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겨울이 따뜻하여 노인들 건강에 좋다. 폭설이 내리지 않는 한 눈이 와도 도로 상에 눈이 쌓이지 않는다. 우리 나라에서 장수하는 노인이 가장 많은 도가 전라남도이고 전라도 중에서도 장흥군이 장수노인이 인구 비율로 보았을 때 제일 많다는 통계가 발표된 적이 있다. 도시 중에선 서울 강남구였다.
8. 교통이 불편하고 대형종합병원이 없는 것이 단점이다.
서울 가는데 버스로 꼬박 5시간이 소요된다. 군내버스도 우리집 근처엔 하루에 3번 온다.
아침 6시 30분, 점심 1시 30분, 저녁 5시 30분. 2.5㎞를 걸어 부산면 4거리까지 가야 1시간에 1번꼴로 버스가 온다.
Ⅱ. 암을 극복한 생생한 이야기
삶과 죽음의 막다른 갈림길에 서본 자 만이 하나님, 천국과 지옥, 영혼이 있음을 확신하게 된다.
편도암 수술을 받기 위하여 삼성병원 암센타 수술대 위에 온몸이 묶인 채 누워서 필연적으로 나의 생을 뒤돌아보게 되었고 미래의 삶, 저승에서의 삶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해 보게 되었다. 생과 사,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는 절박한 운명 앞에서 가장 절실하고 절박한 문제는 내 영혼이 어디로 갈 것이냐 하는 문제였다. 그외의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가 내 삶 속에서 그토록 갈망했던 돈, 연인, 명예, 지식 등은 아무 쓸모가 없었고 오히려 질시의 대상이 되고 저주의 대상이 되었다. 예수 그리스도를 떠나 내 멋대로 쾌락을 쫓아 게걸스럽게 살아온 나의 삶이 한없이 후회가 되었다.
이대로 죽으면 지옥에 갈 수밖에 없는데 지옥은 항암치료를 받는 것보다 몇 배나 더 아프고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하니 끔찍한 생각이 들고 한없이 두려웠다.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신다면 절대로 주님을 배신하지 않고 살다 다시 와서 심판을 받게 해 달라고 간절한 참회의 기도를 드리며 깊은 잠에 들었다.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모든 사람을 용서하게 되니 나의 모든 질병이 저절로 낫게 되었고 덤으로 마음의 평강과 범사에 감사하며 항상 기쁨으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이것이 나의 모든 질병을 고쳐준 진짜 원인이라고 확신한다.
Ⅲ. 장흥에서의 일상
나의 하루는 5시 30분에 일어나 매일 아침 6시 정각에 시작하는 서울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님이 주관하시는 새벽예배(채널 235번)에 참석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우리 내외가 다니는 본 교회는 8㎞나 멀리 떨어져 있고 차가 없어 새벽기도는 화상예배로 드릴 수밖에 없다.
6시 40분경 예배가 끝나면 나는 아침산책(4㎞ 1시간 소요)을 하며 깊은 명상의 세계로 들어간다.
두 살 밑인 집사람은 새벽 예배가 끝남과 동시에 밭에 나가 산다. 나는 농사일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문외한이지만 아내는 전남 고흥 부농에서 태어나 농업중학교를 나온 사람이라 농사일엔 박사다. 500여평의 밭농사를 아내에게만 맡길 수 없어 마지못해 시작한 일이지만, 처음 시작할 때가 힘들지 10여분만 지나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온몸에 힘이 생기고 몸이 가벼워진다. 힘은 쓰면 쓸수록 세진다.
모든 노동 가운데 가장 즐거운 노동은 땅을 일구는 육체 노동이다. 육체노동은 식욕을 도와주고 소화가 잘되고 밤에 깊은 잠을 자게하고 휴식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다. TV만 보고 휴식만 취하면 눕고 싶고 누우면 몸은 점점 더 늘어진다. 나중엔 일어서기도 힘들어진다. 억지로라도 늙은 몸은 괴롭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육체노동을 하지 않으면 체력을 잃게 되고 자신감이 없어지고 생에 대한 의욕이 상실된다.
묵전 500평을 개간하고 나니 양팔에 알통이 생기고 말라붙었던 가슴에 근육이 생겼다. 팔굽혀 펴기를 50번 할 수 있다. 빨리 여름이 되면 해수욕장에 가서 육체미를 뽐내고 싶다.
12시까지 장흥군 노인복지회관에 가야 점심 식사를 할 수 있다.
자동 식권 판매기가 12시 정각에 멈추기 때문이다. 식대는 2,000원이고 전문 영양사가 메뉴를 짜고 흰 위생모자와 위생복을 착용한 조리사와 배식 담당 종업원이 뷔페식으로 서빙을 한다. 음식의 맛과 질도 일반 음식점보다 못하지 않다.
식사 후엔 커피숍에서 셀프로 100원짜리 커피도 즐길 수 있다.
나는 기원으로 가고 내처는 의료기구가 있는 곳으로 가 누워서 찜질과 여러 기구 마사지를 하고 때론 TV에서 미스터트롯을 즐기거나 잡담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서울에선 기원에 가도 거의 내기 바둑을 두기 때문에 상대를 구하기가 어려워 가게 되지 않는다. 이곳 노인회관 기원에선 100원 짜리 커피 내기도 허용되지 않은 것이 불문율로 되어 있어 분위기가 그만이고 언제나 상대가 있다.
3시 50분 군내 셔틀 버스로 유치 휴양림을 돌아 섭곡에 도착한다. 승객은 장날을 제외하곤 항상 텅텅 빈다.
1시간 드라이브를 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고 몸이 날아갈듯 기분이 짱이다.
요금 1,000원을 내고 이렇게 맑은 공기를 마시며 경치 좋은 곳을 드라이브 하며 마음껏 명상에 잠길 수 있는 고장이 어디에 또 있을까.
자연인과 같이 내 생애에서 가장 행복한 삶을 노년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