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장 유치문제, 논의.논쟁부터 관둬야 한다(디지털장흥에서 퍼옴)
- 작성일
- 2002.09.18 13:44
- 등록자
- 장OO
- 조회수
- 1787
핵 폐기장 유치문제, 논의·논쟁부터 관둬야 한다
백의원과 환경연의 논쟁을 지켜보며
요즘 핵 폐기장 유치문제와 관련, 논란이 거세다 . 논란의 시작은 백광준의원이 핵 폐기장 업무를 관할하는 대전의 원자력환경기술원에 다녀온 곳이 빌미가 되었다. 그렇잖아도, 백의원의 핵 폐기장 유치관련 발언 등을 주시해왔던 장흥환경연합은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백의원의 핵 폐기장 유치를 위한 본격적인 운동이 아닌가 싶어, 대전 출장에 대한 의혹과 백 의원의 유치운동과 관련된 일련의 발언들을 문제삼으며 공격한 것이 논란이 확산되게 된 것이다.
환경연합 측의 질의에 답한 백의원의 답변들을 종합해 보면, 자신은 핵 폐기장 유치운동을 한 적도 없고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고, 대전 원자력환경기술원 방문도 정보와 자료 수집을 위해 다녀온 것뿐이라는 것이다. 즉, 자신의 지역구인 용산 주민들의 일부가 핵 폐기장 유치를 희망하고 있어, 바로 그 민원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핵 폐기장에 대한 정보 등을 파악하기 위해 다녀 온, 일종의 정당한 의정활동이었다는 것이다.
백의원은 9월 15일, 장흥공직협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핵 폐기장에 대한 나의 사고'라는 환경연합 측에 답하는 글에서도, 자신은 과거에 친핵단체나 반핵단체 어디에도 관여한 사실이 없었으며, 이번 대전 원자력환경기술원 방문도 정보수집과 자료조사차 장흥군의회 의원 자격으로 대전에 다녀왔다고 거듭 밝혔다. 그리고 핵 폐기장 유치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에 대해서는 처음으로 '좀더 시간을 갖고 조사한 후에 찬반의 의사를 표시하겠다'고 했으며, 지금은 찬성도 반대도 아닌 입장이라고 밝혔다.
백의원 말의 진실성여부는 차치하고, 그리고 그의 여기저기서의 발언들은 다 접어두고, 공식적인 글만 얼핏 따져보면 그리 큰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의 처신과 언행에는 몇 가지 점에서 분명히 문제가 있다.
첫째는, 공인이라는 그의 이러한 일련의 처신들이 핵 폐기장 유치에 대한 논란의 불씨가 되면서 논란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장흥군에서의 핵 폐기장 유치문제는 재론의 여지없는, 논란이나 논쟁 자체부터가 불필요한 문제이다. 아니 논란자체마저도 있어서는 안 되는 문제이다. 지난 1993년 1월, 정부가 고성, 양양, 울진, 영일, 태안 등과 함께 장흥을 핵 폐기장 후보지 6곳 중의 하나로 선정한 사실이 알려진 후, 장흥에서는 전 군민들이 들고일어나 핵 폐기장 건설 반대운동을 펼쳤고, 결국 정부가 핵 폐기장 후보지를 철회시켰던 과거가 있었다. 당시 장흥에서는 핵 폐기장 설치 반대는 대덕 옹암의 핵발전소 건립 반대와 함께 조성되었던 장흥군민의 전체적인 합의였다. 그로부터 2,3년 후에 일어난 탐진댐 반대운동을 성과를 얻지 못했지만, 핵에 대한 문제에서만큼은 전 군민의 일치 단결된 결사반대의 힘을 발휘, 핵 발전소에 이어 핵 폐기장 설치마저 무산시켰던 것이다.
이제 와서, 다시 핵 폐기장 설치문제가 거론된다 어불성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일단 논쟁이 일었다.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닌, 군의원에 의해서 논란의 불씨가 지피어진 것이다.
논쟁의 시작은 더 큰 논쟁을 낳기 마련이고 이 과정에서는 찬반논자들이 분명히 드러나기 마련이다. 핵 폐기장을 설치하려는 단체 즉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이하 한수원)는 바로 이런 기회를 틈타 우리 군에 로비도 하고 핵 폐기장 설치에 대한 홍보도 자신 있게 펼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하면, 핵에 대한 논란은 자칫 한수원측에 핵에 대한 그럴듯한 홍보와 공격의 빌미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우리 보다 앞서 핵 폐기장 유치문제로 논란이 되어 온 영광이나 진도 등지에서 한수원 측이 유치위원회 측에 운영자금이나 홍보활동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활동을 추진해온 예에서 잘 드러나고 있는 사실이 아닌가.
더구나 핵에 대한 논란은 이로 말미암아 피아의 구분이 확실해지게 만든다. 반대자, 찬성자, 중간자, 방관자 등의 구분이 보다 명확해진다. 이것은 한수원 측, 즉 우리의 적으로부터 공격을 용이하게 허용하는 빌미가 되어준다. 그러므로 핵 폐기장 설치에 대한 분분한 논란 자체마저도 위험한 일이며, 그래서 논쟁조차도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백의원은 '좀더 시간을 가지고 조사해 본 후에 찬반의사를 표시하겠다' 고 했는데, 우리 고장에서 핵 문제는 조사해보고 말고 할 것도 못된다. 이미 지난 93년도에 전 군민운동으로 전개된 핵 폐기장 유치 반대에서 잘 드러난 사실이다. 이제 와서, 나는 모르므로 연구해보겠다, 정보를 알아보겠다는 것은 그 스스로의 무지를 폭로한 것에 다름 아니다. 핵 폐기장 문제는 장흥에서는 무조건 반대해야 하는 명제이다. 정말 백의원이 조사해 보고 나서 찬반의사를 표시할 수밖에 없다면, 그것은 장흥군의원으로서는 '함량 미달'의 의원이라는 자기증거밖에 되지 않는다.
사적으로 얼마든지 유치를 찬성할 수는 있다. 그러나 군의원은 공인이다. 설혹 개인적인 자격으로 유치를 찬성하더라도 공인으로서는 반대해야 마땅하다. 핵 폐기장 유치는 장흥군민 대부분이 반대하는 사안이다. 그러므로 장흥군민을 대표하는 군의원이라면 더더욱 장흥군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장흥군민을 불안하게 할 핵 폐기장 유치에 찬성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찬성하는 군민이 있더라도, 핵 폐기장 유치로 인해 땅값이나 이주비를 보상받는 극소수 주민만이 찬성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백의원은 또 "장흥군의회의원 중에 오래 전부터 찬성한 분이 있다'고 했는데 그분도 핵 폐기장 설치 지역에 상당한 자기 땅을 소유한 분으로 그 보상을 노리고 찬성했던 분이 아니었는가. 또 "장흥의 앞날을 걱정하는 분들도 무조건 반대가 아닌 확실한 판단 아래 이제는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6·13 선거 때 도의원 후보로 나섰던 채 모씨가 중심이 된 용산-장흥 일부인사들이 핵 폐기장 유치추진 운동을 암암리에 벌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분들도 대부분, 한수원 측에서 운운하는 3천억원 지원금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분이거나 핵 폐기장 유치로 인해 뭔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분들이 아닌가. 그런데도 장흥의 장래와는 상관없이 사적인 이익을 의해 유치를 희망하거나 찬성하는 분들의 의사를 존중해서 원자력환경기술원도 방문도 하고 외국도 다녀오겠다는 말이, 군의원으로서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백의원은 9월 15일 발언에서 "원자력환경기술원의 얘기대로라면 저는 유치 찬성을 하겠으나 반대하는 의견도 듣고 최종적으로 결정할려고…"라고 말했다. 백의원은 그곳에서 틀림없이 한수원 측이 내세운 '중저준위 핵폐기물 처리장' 운운의 말을 들었을 법하다(물론 최근 한수원측의 홍보물에 의하면, 중저준위핵 폐기물뿐만 아니라 고준위 핵 폐기물도 동시에 들어오게 돼 있는 것으로 돼 있다고 한다). 최근 백의원이 모의원과 대화하면서 말했다는 '한수원 측에서 건설하는 핵 폐기장은 중저준위 핵 폐기물'이라고 설명했다고 들은 바도 있어, 이것이 사실일 것이다. 사실이 그렇다면 백의원은 '중저준위 핵 폐기물은 수십 년이 지나면 방사선이 스스로 소멸돼 없어지므로 그 기간만 엄격히 격리시키면 절대적으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등의 한수원 측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는 말인가. 그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것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고준위 핵 폐기물은 현재 원자력 발전소에서 임시저장하고 있는데, 지금이야 그렇게 말한다하더라도, 몇십 년이 지나 그것들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장흥의 핵 폐기장으로 이동되어 오지 않는다고 누가 어떻게 보장하겠는가.
백의원은 또 핵 폐기장 유치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정보와 자료를 위해 '일본 및 프랑스 스웨덴도 다녀올 계획'이라고 했는데, 그것도 의원활동의 일환이니 군 의회가 일체의 경비를 지원해줄 지 모르고, 한수원 측은 한수원 측대로 얼씨구나 좋구나, 하고 해외 견학경비를 넉넉하게 챙겨줄 지도 모른다.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좋을 것이다. 그런 빌미로 또 몇몇 의원님들과 함께 외국도 다녀올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정말, 이것을 노리고 있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자, 이제 말을 맺기로 하자.
백의원이 발표한 글의 내용의 어간을 보면, 핵 폐기장 유치에 대해 상당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장흥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충분히 핵 폐기장 유치를 고려해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핵 폐기장인가. 다른 방안은 정말 전혀 없었는가.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혹시 그것으로 인해 그 뭐가 생기니까, 그것에 팔 걷어 부치고 나선 것은 아닌가.
이제 핵 폐기장에 대한 논의도 더 이상의 논쟁도 끝맺어야 한다. 괜히 어디에 쳐들어갈 구멍이 없나, 호시탐탐 그 기회만 엿보는 적들에게 기회를 제공해줘야 되겠는가. 이미 그 적들이 우리 장흥에 쳐들어 와 여기저기서 공작을 하고 있는 냄새가 풍기는 것 같지만, 더 이상의 논란을 부추기지도, 달리 무엇을 알아보려고도 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3대 군의회만 같아도 이번 일을 계기로 해서 장흥군의회에서 핵 폐기장 설치 반대결의문이라도 채택하라고 권하고 싶지만, 이번 4대 의회에 그런 부탁은 감히 생각도 할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다만, 이제부터라도 선동도 말고 그저 침묵이라도 지켜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2002.09.16/ 들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