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의병의 심정으로 법복을 벗어
- 작성일
- 2002.10.29 13:22
- 등록자
- 신OO
- 조회수
- 2004
글 제목 현직판사 합류로 고무된 盧캠프 [국민일보10/28]
글쓴이 운영진 날짜 2002-10-28 오후 8: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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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 진영에 30대 현직판사 1명이 사표를 내고 합류했다. 이미 탈당을 했거나 곧 당을 떠나겠다고 공언하는 사람이 많은 민주당에서는 좀체 보기 힘든 모습이라 중앙선대위는 무척 고무됐다. 선대위는 28일 별도의 기자회견을 주선하고 대변인 논평까지 내 그를 환영했다.
지난 주말까지 대전지법 판사로 근무했던 박범계씨(39)는 "법통과 정통이 난자질당하는 공당의 행태에 절망했다"고 참여 배경을 밝혔다. 기자들이 구체적인 동기를 묻자 "30대인 김민석 전 의원의 탈당보도를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충북 영동 출신인 박씨는 1996년 한총련의 연세대 집회 가담 이유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모 대학생에 대해 "적극 가담 정도가 인정되지 않았다"며 기각해 당시 공안정국에 찬물을 끼얹었고,이로 인해 협박전화에 시달렸다. 당시 안기부가 제작한 비디오에는 '법원에도 좌경용공 판사가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대법원장의 항의를 받은 안기부장이 사과하는 소동을 벌인 적이 있다. 사법연수원 시절 재야변호사이던 노후보를 인터뷰한 적이 있으며,이후 '마음으로는 노사모 회원이었다'고 말했다.
그런 박씨도 현실정치에 뛰어들기에는 적지 않은 고충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주변의 만류가 적지 않았고 법원에 제출한 사표는 1주일 가까이 수리되지 않았다. 특히 남편의 정계입문을 저지하느라 단식투쟁에 들어간 아내를 설득하고 달래느라 애를 먹었다고 한다. 박씨는 "아내가 나흘간 단식끝에 어제 저녁에서야 밥을 먹기 시작했다"며 "아직도 아무 말이 없지만 허락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문석호 선대위 대변인은 "9년간 사법정의 실현과 인권 수호를 위해 법관으로 헌신해온 분이 역사에 대한 믿음과 원칙에 대한 신념을 지키기 위해 어려운 시기에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렸다"며 그를 치켜세웠다. 한 당직자는 "김민석 탈당 신드롬이 인재를 끌어모으는 효과까지 낳고 있다"고 기뻐했다.
전석운기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