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메시지 92호(아들아. 너는 공무원노동자의 아들이다...)
- 작성일
- 2002.11.01 23:53
- 등록자
- 다OO
- 조회수
- 1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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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산마루
제 목 : 아들아. 너는 공무원노동자의 아들이다...
주 소 : http://dasan.new21.org/20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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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이제 닷새 후면 수능시험일...
더 큰 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시험을 치르는 너를 두고
공무원노동자 대회를 위해 서울엘 꼭 가야만 하는
이 엄마를 용서해 달라면 욕심일까?
너는 19년 동안을 우리에게 옹알이하는 이쁜 모습부터
아빠만큼 덩치가 자랄 때까지 착하고 건강하게 자라줌에
기쁨과 고마움을 알게한 아들이었는데...
아들아, 미안하구나...
다른 엄마들처럼 간식 사들고 학교를 찾아가는 극성도 못 보여주고,
교회에서 밤새도록 철야기도의 간절함도 표시하지 못하고,
전통있는 사찰에서 백일기도나 삼 천배의 정성도 보여주지 못한
부족한 엄마가 되어 정말로 미안하구나...
나의 아들아...
왜 아빠께서 2년이 넘는 동안 거의 매일 밤을 늦게 들어오시는지?
왜 엊그제는 네가 태어나 처음으로 삭발한 모습을 보아야했는지?
왜 우리 두 사람이 거의 주말마다 집을 비우고 다녀야하는 지를
자세히 설명은 못했지만 너의 수능을 치룬 뒷날 쯤에는
우리 서로 무릎을 대고 겨울밤 이야기로 풀어보자꾸나
공무원도 노동자여야 하는 기인 이야기를...
그래, 나의 아들아...
우리들은 공무원노동자이고
너는 공무원노동자의 아들이다!!
너는 비오고 바람불면 뛰어나가고,
산불나면 밤중이든 새벽이든 비상이 걸리는 365일을 보며 자랐다.
이제는 꼭두각시처럼 비겁하게 살지는 않겠다는 우리들을
특수한 신분으로 분류하는 저 높은 이들과 온 국민들에게
공무원도 노동자임을 알리고자 하는 진정한 공무원노동자의 아들이다.
너는 새로운 인생을 위한 시험이지만
우리들은 이제 남은 인생을 떳떳하게 정리하기 위한
마지막 시험을 위하여 서울로 가는 것이니
서운한 이 아픔과 이해되지 않는 오늘을 잊지말자...
잊을 수 없는 오늘의 이 아픔은
이제 곧 성인이 되어 노동자생활을 시작할
내일의 내 아들이 완전한 노동자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튼튼한 디딤돌을 놓으러 가는 당당한 길임을 우리들의 가슴에 새겨두자...
아들아, 미안하구나...
몇 년뒤엔 같은 노동자되어 웃으리라 확신하지만,
오늘의 우리보다 더욱 건강한 노동자되리라 기대하지만
그래도 지나온 세월보다 오늘이 더욱 미안하구나.
아들아...
너는 공무원노동자의 아들이다.
그래서 오늘은 정말로 미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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