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농민
- 작성일
- 2002.11.07 17:20
- 등록자
- 칠OO
- 조회수
- 1832
"나는야, '칠레 농민'!"
제가 살고 있는 마을을 오기 위해서는 `후평뜰`이라는 넓은(?)뜰을 지나야 하는데 여기 길이 휘어진 부분에 항상 서 있는 이상한 차(?)가 있습니다.
전동스쿠터 같은데, 이분은 농사를 지으시는데 걸어다니기는 힘들어서 이런것을 이용하고 계시지요. 농사규모는 예 닐곱 마지기 논농사와 콩 한마지가 전부랍니다. 저 운송수단은 장애인용 리프트처럼 무척 위험합니다. 밤에는 잘 보이지도 않고 운전하시는 분 또한 주차개념도 없고, 방향지시등도 없으니 막가파가 따로없지요.
저런 분들이 농업 경쟁력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늘그막에 자식들에게 신세 안지고, 손주들 놀러오면 돈 몇 푼이라도 쥐어 줄 수 있는 농사를 지을수 있을까요?
잠시 먼 나라로 갔다오겠습니다.
[이제부터 나오는 이야기는 사실을 바탕으로한 '역지사지' 입니다.]
저는 칠레 농민인데, 제 땅은 없고 대규모 농원에 계약되어 근무하는 농민입니다. 농장규모가 1000ha 조금 넘는데 같은 동료가 2,000명쯤 됩니다. 한국은 평균 농장규모가 우리의 1/100 ~ 2000 정도라지요. 한국과 FTA가 타결 되어서 저희 농민들은 기분이 좋습니다. 저희 나라는 한국 땅에서 파낸 광물들을 주로 팔았었는데 이제는 한국시장을 발판 삼아서 아시아에도 저희농산물을 수출 할 수 있게 될것 같습니다. 저희 나라의 농사는 세계에서도 알아줍니다. 웬만한 농산물은 세계 5위안에 거의 들지요. 농산물 수출이 전체 수출에 1/4정도 되구요.
땅은 또 어떻게 생겼는지 아시지요? 남북으로 길이가 서울~부산의 10배정도 되고 남극까지 합치면 20배 가까이 될 정도여서 온갖 기후가 다 있고, 한 나라에서도 계절이 여러개가 동시에 상존하니 아무때고 과일을 생산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다가 저희도 한국처럼 수출을 해야 먹고 살수 있는 나라여서 진작에 하고 싶었지요. 수산물도 어마어마하지요.
한국농민들 기껏해야 3천평(1ha)으로 지지고 볶고 한다면서요? 그 정도 농사지어서 어찌살련지... 여기선 기본이 30만평이고, 300만평짓는 사람도 많아요. 생산되는것 중에서 좋은것들을 외국에 보내고 우리나라에 파는 것은 조금 못한 것을 팔지요.
참. 한국에는 콜드체인이 뭔지도 모른다면서요? 아~~쥬스선전에서 봤다구요? 우리는 생산하면 즉각 예냉, 저온 저장, 유통 경매시킵니다. 신선한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공급하지요. 찜통같은 택배차에 실어서 소비자에게 파는 농산물은 없어요.
1997년에는 일본에 밀감을 팔았는데 1996년에 비하면 41배나 성장했지요. 물량이 딸려서 죽는 줄 알았어요. 여지껏 한국이 수출해 오던 밀감규모를 단 2년만에 따라잡을 정도로 저희는 농업강국 이예요.
거기다가 한국 농림부는 참으로 우리를 우습게 보데요. 외교통상부도 그렇고. 우리나라가 농업이 얼마나 발전한 나라인데요. 그리고 한국 농민들이 얼마나 경쟁력 없는 농민으로 보이면 국민들에게 FTA가 타결되도 농업 분야에 아무 문제가 없을듯 홈페이지에 발표하나요? 혹시 그 홈페이지 농민들은 못보게 하는것 아니에요? 정치인이나 학자, 휴대폰제조업체 직원만 볼 수 있는것 아니지요?
발표한 대책, 바로 그 대책을 보니 참 웃기데요. 그 조그만 규모에 시설을 현대화하면 경쟁력이 생기나요? 시설 현대화하면 기름은 뭘로 땔려구요? 기름도 보조금 줄일려고 면세제도 폐지하려고 하잖아요. 게다가 전기도 농사용 없애려구 하면서.
품종갱신?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줄 아세요? 도대체 우리 칠레를 어찌보고.... 여지껏 차일피일 미뤄 온 기간동안에 품종갱신을 하고 보급을 해야지 수 년동안 미뤄오다가 타결되니 내놓은 것이 품종갱신을 통한 경쟁력이라니요? 말을 거꾸로 해야되요. 갱신품종 보급. 혹은 무료 보급으로. 지금 갱신해서 언제 보급 하려구요? 10년정도 있다가 거의 모든 농산물이 무관세 되면 그때 하려구요?
저희야 좋죠. 그렇지만 가끔 한국에서 온 쌀을 먹어보니 한국 농민들의 땀도 느껴지던데 같은 농민끼리 잘 살았으면 합니다.
정부가 수매, 비축, 가공도 지원하려 한다고 하던데... 그러다가 WTO에 걸려서 철퇴맞으면 어쩌려구 그런 말을 하시는지. 지난번에 고추 수매한것도 아직 못 팔아서 고스란히 적자로 창고에 남아 있으면서, 유통이 뭔지도 잘 모르고, 그저 수매하라고 떠들면 수매하고 적자 나면 공적자금으로 때우고, 그러다 농협이 부실 되면 통폐합 한다고 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