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벚꽃나무를 심는가.....
- 작성일
- 2003.03.25 09:31
- 등록자
- 빛깔
- 조회수
- 1826
탐진강 강줄기 따라 벚꽃 나무가 심어 졌다.
몇 년 전부터 내가 살고 있는 전남 장흥군에 이상한 운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서울에 살고 있는 향우들이 주측이 되어 탐진강 둑을 따라 벚
꽃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것이다.
향우중 벚꽃 나무를 많이 가지고 있는 분이 아무런 조건 없이 벚나무
를 내 놓으니 탐진강 둑에 벚나무를 심어 해마다 4월이면 벚나무에 벚
꽃을 피워 전국에서 관광객을 대단위로 몰고 오자는 기막힌 발상을
한 것 이였다.
난 처음 그이야기를 주최하고 있는 향우를 통해 듣고 참 어처구니없
는 발상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했고 부정을 했다.
왜 하필이면 벚꽃나무 일까
진해나 군산 전주간 도로에 벚꽃 축제가 열리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
고 있으니 벚나무를 심어 탐진강 줄기를 따라 하얀 벚꽃이 만발하면
분명히 가난하고 관광객이 별로 없는 우리내 고향 장흥에도 대거로 사
람들이 몰려 올거라고 생각한 사람들의 생각에 뭔가 나 나름의 석연
치 않은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장흥이 자꾸
만 작아지다 보니 살기가 팍팍 해진다면서 어떤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좀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각 지방 자치단체마다 축제를 만들고 관광객을 유치하겠
다는 발상을 한다.
엄청난 돈을 써 가며 급조된 수많은 지역 축제는 이제 거의 경쟁력도
없는 그만 그만한 축제로 변해 버리고 있다.
지역의 특성과 지역민들의 생각과도 너무 동떨어진 급조된 축제는 오
히려 약소한 지방 자치 단체의 혈세만 낭비하는 보잘 것 없는 돈 쓰
기 행사에 그치고 있다.
한동안 벚꽃이 일본의 국화라고 수 백 년 동안 자랐던 벚나무를 수없
이 잘라 냈던 기억이 있다.
서울 창경궁의 수 백 년 된 벚나무들이 그렇게 한 순간에 잘라져야 했
던 것도 우리들의 일본에 대한 반일 감정이 만들어낸 감정의 소산일
것이다.
불과 몇 십 년도 되지 않은 지금 전국에서 벚나무들이 기하급수적으
로 늘어나고 있다.
4월 단 며칠 동안의 아름다움을 위해 우리는 전국 각 곳에 수많은 벚
나무을 식재하고 있다.
벚나무는 짧은 시간동안 꽃 말고는 목재도 어느 곳에 제대로 쓰이는
지조차 잘 모른다.
단순히 짧은 시간의 아름다움을 위해 수많은 벚나무를 식재 하여야 하
는지 난 의문을 갖는다.
난 탐진강 주변의 둑에 수없이 많은 벚나무를 심기 위해 전국의 향우
들에게 벚나무를 사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는 장흥 관광 추진협의회라
는 고향 선배들의 단체를 인정 할 수 없다.
3월 22일 또 향우들은 벚나무를 탐진강 주변 둑에 심겠다는 행사를 거
행 하겠다고 프랑 카드를 내걸었다.
장흥 출신의 성공한 향우들이 대거로 참여 하는 벚나무 심기 행사가
나에겐 아무런 의미도 가져오지 못한다.
난 처음 탐진강 주변에 벚나무를 식재 한다는 이야길 듣고 간곡하게
말했다.
차라리 벚나무 보다 앵두나무를 심어라 앵두나무를 심는다면 우리들
의 어린 기억 속으로 되돌아가 추억을 연상 하면서 앵두가 익을 때쯤
이면 어린시절 동네 어귀나 담 자락 넘어 빨갛게 익어가는 앵두를 따
먹었던 추억이라도 만들 수 있지 않느냐고 했었던 기억이 있다.
자치단체장이 선거로 뽑혀지고 난 다음 더욱 지역 축제는 전국의 작
은 도시에서부터 막대한 국가 예산과 지방 예산을 써가며 기하급수적
으로 늘어 가고 있다.
좀더 먼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눈앞의 이익만을 생각하여 급조된 수많
은 축제들이 그 지역의 지역 문화 마져도 흡수하지 못한 채 우리나라
의 장래를 얼마나 망가뜨릴 것인가 생각 하지 못한 단세포적인 발상
의 전환이 절대 필요 하지만 누구 하나 당장의 효과만을 기대 하는 일
을 보고도 제대로 지적 하지 못 한 채 따라만 가고 있다.
탐진강을 따라 금년부터 벚꽃은 만발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하얗게 핀 벚꽃을 보면서 그것이 참으로 아름답다고 할 것이
다.
그러나 지역 특색도 없는 가로수를 아무렇게 식재 하는 것과 그 지역
의 특성을 가지고 그 지역을 상기 할 수 있는 색다른 선택을 할 수 있
다면 그 아름다움은 한 층 배가가 될 것이다.
너무나 단세포적인 생각으로 아무렇게 다른 곳에서 하는 일을 따라 하
는 자치 단체들의 행동과 생각 없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 고향의 미래
는 어두워만 간다.
이제 지역 문화는 충분히 검토되고 오직 그 지역만이 간직한 특성 있
는 문화만이 그 지역을 살릴 수 있다.
지역 특성이나 지역의 역사성이 없는 문화는 앞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
는 것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오늘 우리가 굳이 탐진강 둑에 억지로 만들어 낸 벚 꽃 나무들을 식재
하지 않아도 장흥은 장흥의 특성을 잘 살린다면 관광객은 몰려 올 것
이다.
우리 장흥만이 아니라 전국을 다니면서 도로 주변에 심어진 가로수를
보면 각 도시마다 나름의 특성을 가지고 가로수를 심어 놓은 도시도
있지만 대부분의 도시 들이 하나 같이 동일한 나무들을 심어 자기 고
향을 보여 주고 있다.
제주도의 도심에 심어진 열대성 가로수가 육지의 다른 도시에 심어 진
다면 도시를 찾아온 사람들이 그곳에서 제주도를 느낄 수 있겠는가.
언제가 여수시에 있는 돌산 대교를 찾았다. 돌산 대교 주변의 가로수
가 산에 많이 자라는 깨금나무들이 심어져 작은 깨금들이 많이 열려
익어가고 있었다. 갑자기 아주 어린시절 산에 올라 깨금을 따먹던 어
린시절의 추억들이 생각 이 났다.
가로수 하나를 심더라도 우리들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추억어린 나
무들이면 얼마나 좋을까...
안양면에 가면 안양 수양에서 운흥까지 동백나무들이 잘 식재되어 동
백꽃이 피는 것을 볼 수 있다.
고향을 떠난 어느 향우의 기증으로 시작된 동백나무 심기가 잔잔하게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제 불필요하고 예산만 쓰는 생색내기 일들은 그만 했으면 좋겠다.
고향을 생각한다며 고향에 나무들을 심겠다는 발상도 이제 그만 했으
면 좋겠다. 고향 사랑은 그렇게 요란스럽게 생색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닐텐데.
우리는 지금 지나친 과대 포장으로 고향을 망가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
지 생각 해야 한다. 무엇을 위한 고향 사랑인지 스스로 생각해야 한
다.
죽어가는 탐진강 줄기에 벚나무를 심는 것 보다 고향 후배들을 양성
할 수 있는 장학 재단이라도 잘 만들어 후진을 양성해야 할것이다.
아니면 객지에서 고생하여 번 돈이 있다면 고향 농협을 이용하라.
하나쯤 고향 농협 통장 갖기 운동을 하여 자신이 벌어들인 일부의 돈
이 고향의 농협이나 금융기관을 통해 지출되게 하라...
이제 좀더 현실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사고가 무엇인지 실천하라...
말로만 고향사랑 외치지 말고 몸으로 실천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향우들은 생각해야 한다.
조금 성공했다고 고향와서 폼잡지 말고 그대 고향에 무엇이 참된 것인
지 생각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