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의 유희
- 작성일
- 2006.02.09 18:49
- 등록자
- 윤종한
- 조회수
- 1838
바보들의 유희
「시리아 군중 수백명이 덴마크 대사관에 난입해 대사관 건물에 불을 질렀다」
며칠 전 보도된 기사의 부분이다.
방화사건은 마호메트 풍자 만화가 원인이었던 모양이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해 9월 덴마크 최대 일간지 '질란드스 포스텐(Jyllands-Posten)'에 실린 12컷 짜리 만화로 촉발됐다.
이 만화에서 마호메트는 시한폭탄이 장착된 터번을 두르고 있으며, 천국의 문지기가 자폭 테러범들에게 "이제 그만 들어와. 당신들에게 나눠 줄 처녀가 모자라.."라고 말하는 장면 등 이슬람에 대한 냉소적 내용이 담긴 만화들이었다. 말하자면 이슬람의 창시자 마호메트를 테러리스트로 비아냥거린 만평(만화)이었다. 외신은 이번 사태를 서유럽과 이슬람의 문명충돌 조짐까지 보이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한다.
양측의 갈등은 그 동안 물밑으로 가라앉는 듯 하다가 같은 만화가 노르웨이의 기독교 신문에 재등장하면서 다시 폭발했다. 이슬람 각국 정부는 덴마크 정부에 공개 항의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덴마크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했으며, 리비아는 코펜하겐 대사관을 폐쇄하는 강경책을 내놓았다. 이집트는 "예언자를 모독한 국가와 협력할 수 없다"며 덴마크 정부와의 차관 논의를 전격 중단했다. 쿠웨이트·이란·파키스탄·바레인도 "혐오스러운 인종주의의 발로"라며 한목소리로 사과를 요구했다.
성난 이슬람교도들은 덴마크대사관에 불을 지르고, 불매운동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EU)은 1월 30일 "불매운동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어긋난다"고 경고하며 덴마크 정부를 지지하고 나섰다. 덴마크 외교부는 자국민에게 중동 지역 여행을 자제해 줄 것을 촉구하고, "언론 자유는 절대적인 것으로, 협상 사안이 아니다"라며 사과를 거부했다.
독일 신문 '디 벨트 (Die Welt)'는 만화 하나를 전재하면서 이렇게 선언했다: "만약 이슬람 교도들이 덜 위선적이라면, 그들의 항의를 우리는 더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시리아의 텔레비전이 황금 시간대에 랩바이(rabbi : 유대교 율법학자)들을 식인종으로 묘사한 기록영화를 상영했을 때 이슬람 종교 지도자들은 침묵을 지켰었다."
드디어 사태는 종교충돌로 치닫기 시작한 모양이다.
사태가 여기에 이르자 이번에는 유럽 각 국 언론들이 고개를 쳐들기 시작한 것이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옹호한다는 입장에서 이 만화를 다시 게재하기 시작한 모양이다.
프랑스 일간지 프랑스 수아르, 독일 일간지 디 벨트, 이탈리아의 코리에르 델라 세라와 라 스탐파, 스페인의 엘 페리오디코 등이 문제의 만화 일부를 지면에 소개하기 시작하였다 한다.
사태가 확대되자 질란드스 포스텐사(社)는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사태는 수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은 덴마크대사관에 이어 노르웨이 대사관에도 불을 지르고 국기를 불태우는 등 항의시위는 갈수록 격렬해져 가고있다.
도무지 왜들 이럴까?
이러한 사태는 '인간은 지능높은 바보들이다'(http://www.unigos.com/참고)라는 말을 입증하는 것이다.
1970년 중미대륙의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가 전쟁이 붙었다.
두 나라의 축구 시합을 벌이던 중 일어난 불상사 때문에 시작된 전쟁이다.
이름하여 축구전쟁.
월드컵 지역 예선전은 1968년 5월부터 시작됐다.
북중미 예선 14조 A지역은 중미 6개국이 혈전을 벌인 끝에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가 온두라스 수도 테구시갈파에서 최종 전을 갖게 됐다.
1969년 6월7일 엘살바도르 선수단이 묵고 있는 호텔 밖에서는 밤새도록 온두라스 응원단이 소란을 피웠다.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깡통을 두드리며 고함을 질러대자 엘살바도르 선수들은 잠을 잘 수 없었다. 그 탓이었는지 이튿날 열린 1차 전에서 엘살바도르가 1대0으로 지고 말았다.
한편 엘살바도르.
이 경기를 TV로 지켜보던 한 소녀가 충격에 못 이겨 권총으로 자살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소녀 장례식에는 대통령을 비롯해 전 각료가 참석하고 대표선수단도 조의를 표했는데 이 장면이 TV로 전국에 중계된 것이다.
그렇다고 경기를 중단할 수는 없는 법.
6월14일 온두라스 팀이 2차전을 위해 엘살바도르의 수도 산살바도르에 들어갔다.
경기 전날 밤 온두라스 팀이 묵고 있는 호텔 밖은 소란스러웠다. 엘살바도르 응원단이 보복이라도 하듯 호텔 창문을 깨는 등 난동을 피우기 시작한 것이다.
결과는 밤새도록 잠을 설친 온두라스 선수 들이 엘살바도르에 3대0으로 지고 말았다.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 관중석에서는 감정이 격한 응원단 끼리 패싸움이 벌어지고......
온두라스 응원단 차 150여 대가 불타고 응원단 2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많은 사람이 부상당했다.
같은 시각 온두라스 전역에서는 엘살바도르인에 대한 사냥이 벌어져 수십명의 엘살바도르 인이 살해됐다. 약탈 방화도 일어나 재산 피해만도 2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온두라스 정부는 또 엘살바도르에서 수입을 전면 금지 시켰다. 이에 화가 난 엘살바도르는 세계인권위원회에 온두라스 만행을 제소했다.
6월23일 극도로 감정이 악화된 두 나라는 국교를 끊었다.
그래도 축구는 계속된다.
6월27일 중립지역인 멕시코시티에서 두 나라의 최종전이 열렸다. 이 날은 관중보다 경찰이 더 많았으며 경기는 난폭했다. 결과는 2대2무승부라서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연장 전반 12분 엘살바도르의 로드리게스가 결승골 을 터뜨렸다.
이 한 골이 전쟁의 신호탄이 된 것이다.
7월14일 엘살바도르 비행기가 선전포고와 동 시에 온두라스 네 개 도시를 폭격했다. 탱크를 앞세운 보병부대는 온두라스 국경을 넘어 진격하기 시작하고..........
인간의 바보같은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대통령과 일본 수상은 과거를 묻어 버리고 미래를 향한 동반자가 되자고 술잔을 부딪친 지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등을 돌렸다.
야스쿠니신사 때문이란다.
그놈의 야스쿠니가 그렇게도 그들에게는 중요한지 모르지만 죽은 전범들 때문에 좋은 이웃끼리 등을 돌리는 행위는 바보들의 행위다.
불을 꺼야 할 일본의 외상은 한술 더 뜨는 모양이다.
일본의 외상 아소 다로(麻生太郞)는 "일본에는 전범이 없다" "국왕이 야스쿠니에 참배해야 한다"는 망발을 일삼고 있다 한다.
남의 아픈 곳을 긁어서 즐거운 일이라면 얼마든지 긁어도 좋겠지만 '역지사지(易之思之)'도 모르는 얼간이들이 정치를 한다고 설치니(물론 정치적 배경이야 있겠지만) 인간사회란 바보들의 유희판이다.
남 싫다는 일을 억지로 벌여 놓고 언론자유 운운하는 짓이나 남의 아픈 상처를 들추면서 자신의 악취미(?)를 정당화하는 족속이나 그 나물에 그 밥.
그렇다고 또 방화를 하고 전쟁을 일으키다니 쯧쯧.
마호메트패러디나 축구전쟁, 야스쿠니참배 이야기 등등 수많은 인간들의 갈등은 도대체 왜 일어나는 것일까? 세상이 온통 바보들의 천국이다.
僖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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